제작 : Turtle Cream & PokPoong Games, 발매 : 2013년
구입 : 인디 로얄 데뷔 번들 혹은 Desura (현재는 인디로얄에서만 구입 가능) http://www.desura.com/games/6180-the-moon
하늘과 달과 별과 시.
화면의 위와 아래가 이어진, '낙사'가 없는 플랫포머. 3시간 가량에 올클리어.
요즘 손이 좀 아프다. 게임을 하고 싶어서 시름시름 앓지만 클릭이 많이 필요한 어드벤처나 본격 블록버스터 액션 같은 건 약이라도 먹지 않고서는 할래야 할 수가 없어서, 점점 간단한 조작의 인디 게임으로 도망쳐 오고 있는 실정이다. 컴퓨터를 바꾸기 전에는 사양이 딸려서 용량이 가벼운 인디 게임을 했는데 컴퓨터를 바꾼 지금은 내 손의 사양이 딸리는 셈이다.
어쨌든 이 게임은 이런 어정쩡한 손으로도 충분히 플레이할 수 있을 만큼 조작이 가볍고 매끈하다. 하지만 난이도가 간단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플랫포머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라면 달을 숱하게 깨먹을 것이다...
구성요소는 가시 / 막힌 길을 여는 버튼 / 깜박이는 블록 / 움직이는 블록 등, 기본에 충실한 구성. 허공에서 잠시 정지할 수 있게 하는 광구 아이템은 점프력이 아주 강한 이 게임의 특성에 맞는 독특한 요소라고 생각하는데, 쓸 기회가 많지 않았던 점이 좀 아쉽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담백하다는 것. 진득하게 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하며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이 게임은 돌아가는 일상 중간중간에 휴식을 위해 잠깐 켜는 게임으로 제격이다. 슈가 큐브를 연상시키는 짧은 레벨이 몇 개의 챕터로 엮여 있다. 차분한 음악도, 희미한 흰색으로 빛나는 미니멀리즘 그래픽도, 사람을 피곤하게 붙들려 하지 않는 정갈함이 풍겨온다. 플레이할수록 치유받는 기분이랄까.
은은한 사운드트랙은 글을 쓸 때나 자기 전에 듣기에 딱 좋다. 사실 내가 이 게임을 기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트레일러의 음악에 반해서.
스토리는 잔잔한 동화풍. 사라진 해를 찾기 위해 떠나는 달이라는 로맨틱한 이야기. 사족이지만 수성이 귀엽다.
그래픽도 컨셉도 완전히 다르지만 슈가 큐브와 비슷하다고 느낀 점 - 좀 쉽다.
'좀' 이라는 단서를 붙이게 되는 모호한 난이도. 몇몇 스테이지는 조금 까다롭다는 인상이 있었지만 여타 하드코어 플랫포머에 비하면 그리 높은 난이도가 아니다. 파고들기 요소가 좀 더 있어도 될 것 같은데 달성 과제도 딱히 어렵지 않다. 그래서 나는 한 번 올클리어하고 난 뒤 스스로 달성 과제를 만들어서 플레이하는 중. 빛덩어리 안 쓰고 클리어하기라거나...
그래서 미묘한 불균형이 느껴지기도 한다. 좀 더 소프트하던가 아니면 좀 더 어렵던가. 플랫포머 비숙련자에겐 너무 어렵고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에겐 너무 쉬울 것 같다는 느낌. (소프트한─액션의 조작보다 게임의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데 치중하는─쪽으로 간다면 막히는 스테이지를 한두 번 스킵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본편을 클리어하고 난 뒤 플레이할 수 있는 리버스 버전 Moon Rising이 있긴 하지만, 이건 '보너스' 나 '하드모드' 라기보다 '2부' 라는 인상이었다.
처음엔 간명한 그래픽에 불만이 좀 있었는데, 클리어를 하고 보니 이 스토리와 이 음악에는 이 그래픽이 딱 좋다는 생각이 든다. 평면적인 그래픽을 절제된 움직임으로 보정하는 느낌. 점프할 때 빛이 부서지는 효과, 달과 접해 있는 블록이 은은하게 밝아지는 소소한 디테일 등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깔끔하게 떨어지는 사각형 블록과 원에 비해 가시가 너무 투박해 보인다는 점이 약간의 흠. 가시라는 형태에 집착하지 않으면 훨씬 세련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레벨 선택 화면이 궤도 모양인 것도 아름다운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파죽지세로 죽 클리어하면 볼 일 자체가 없다시피라 아쉽다. 레벨을 클리어할 때마다 잠깐 레벨 선택 화면으로 넘어갔다가 돌아오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뭐였더라.... 내가 이 포스트를 쓰려고 한 건 클리어한 뒤에 미묘한 아쉬움을 느껴서였는데... 무슨 아쉬움이었지...?
어쨌든 점수를 매기자면 7.5/10 정도. 편안한 게임을 찾는다면 추천. 사운드트랙도 추천.
'리뷰/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Loss / Give Up (0) | 2013.03.30 |
---|---|
NightSky (0) | 2013.03.20 |
Auti-sim (0) | 2013.03.11 |
A.V.G.M (0) | 2013.03.05 |
The Network (0) | 2013.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