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짓놀이

SEARCH RESAULT : 글 검색 결과 - 어드벤처 (총 5개)

POST : 리뷰/감상

Contrast


제작 : Compulsion Games, 발매 : 2013년

구매 : Steam http://store.steampowered.com/app/224460/



깊은 밤에 켜야 하는 게임.





 3D와 플랫포머가 교차되는 어드벤처. 4시간 가량 플레이로 클리어. 패드로 플레이.


 소녀 디디의 어머니는 가수로 일하고, 아버지는 잇단 실패 후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디디는 상상 속의 친구이며 그림자가 될 수 있는 던과 함께 밤거리를 누빈다. 빛과 그림자의 세계를 나들며 공간을 뛰어넘는 던이 되어 플레이어는 디디의 부서진 가족을 이어야 한다.


 그림자 퍼즐은 어렵지 않게 만들어졌다. 그림자가 될 장애물을 조절하는 퍼즐과 그림자를 만드는 광원을 조절하는 퍼즐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마지막 장인 탑은 특히 그렇다. 게임 숙련자에게는 쉽다 싶은 온화한 난이도.


 밤빛에 잠긴 1920년대의 얼룩지면서도 우아한 분위기와 환상적인 설정이 뒤섞여 있다. 제목부터가 '대조'인 만큼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조가 인상적. 거리에는 네온사인이나 광고판 등이 있지만 그림자 속으로 들어갈 때는 화면이 세피아톤으로 변하는 디테일도 좋다. 돌아다니다 보면 액자, 광고판, 가구, 건물 등 모든 환경의 분위기가 통일되어 있어, 너무 안정적인 나머지 좀 삼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이런 현실적인 풍경 가운데 제법 도발적인 변주가 더해지는데, 공간의 주변부는 바닥과 건물이 산산이 부서져 우주 같은 허공으로 떨어지도록 연출하고 있다. ▼ 이런 느낌. 



 대부분의 배경이나 상황 설정은 꽤 현실적이기 때문에, 이 게임의 공간은 어떤 가공의 세계라기보다 현실과 환상이 '병존'하고 있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준다. 제작노트를 읽고 나니 끝없는 허공 중에 덩그러니 뜬 세상은 어린아이인 디디가 이해하는 세상의 폭을 나타내는 것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허공으로 은유되는 아직 알지 못하는 세상은 기묘하고 까마득하지만 동시에 매혹적이다. 하늘을 덮을 만큼 거대한 달과 '별으로 가득 찬(도전과제 이름)' 공간이다.


 스토리에서 주목하고 싶은 점은, 이 게임이 꽤나 현실적인 캐릭터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 특히 디디의 어머니인 캣은 내가 해 본 게임 전체를 따져도 꽤 독특한 캐릭터다. 싱글맘인 캣은 직장에 다니느라 아이에게 많은 사랑을 주지는 못하지만, 아이의 존재에 심적으로 의지하며 피로한 몸을 이끌고 한밤중에 일을 한다. 그리고 그 일은 아름다운 외모와 목소리를 살린 매혹적인 여가수. 팜므 파탈과 현실에 쫓기는 생활인이 한 캐릭터에 융화된 모습이다. 캣뿐만 아니라 아버지인 조니와 마술사 빈센조도 다면적인 인물이다. 인물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고민이 컸으리라고 생각된다.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음악을 좋아했다면 사운드트랙은 사는 것이 좋다.



 또 인상깊었던 부분. 디디의 다락방이 챕터의 시작 장소로 두 번 등장하는데, 첫 번째와 두 번째 등장 때 방의 모습이 변화하는 것에 꼭 주목해 볼 것.

 로딩 화면에서 보여주는 일러스트가 로딩이 끝난 직후의 3D 그래픽과 겹쳐지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먼 오브젝트는 색이 흐려지고 아웃포커싱되어 밤안개를 표현하는 것도 좋았다.


 잘 다듬어진 게임인데, 굳이 불만을 꼽아 보자면... 시점 전환이 빠르고 가벼워서 처음에 적응이 어려웠던 것이 흠. 움직일 때 자동으로 시점이 따라가기는 하는데, 직접 시점을 돌리려면 옵션에서 조절을 해도 좀 빠른 감이 있다. 또한 어떤 퍼즐은 그림자 점프를 제대로 해도 그림자에서 튕겨져나와 버리는 부분이 있다. 하다 보면 되긴 하는데, 더 매끄러울 수 있었을 진행이 깨진 것이 조금 불만이다. 그리고 그림자극 미니게임이 조금 불필요할 정도로 길었다는 생각.

 그리고... 제발 UI 끌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래픽이 이렇게 예쁜데 스크린샷이 찍고 싶습니다... 제발...

 



 정말 오랜만의 게임 감상을 이런 게임으로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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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8.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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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ya's Quest

제작 : Terry Cavanagh, 공개 : 2013년

플레이 : http://terrycavanaghgames.com/nayasquest/


본질 보기.





 2D 이소메트릭 그래픽의 맹점 자체를 게임성으로 삼은 퍼즐 어드벤처. 무료공개되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를 가로막는 적은 그래픽 그 자체다. 연결된 듯 보이는 길들은 사실 쿼터뷰의 한 고정된 시점에서만 멀쩡해 보일 뿐, 3D 공간에서는 완전히 틀어져 있다. 무너져가는 데이터 세상의 끝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은 이 모순된 세상의 모습을 깨닫고, 게임이라는 매체를 구성하는 축 중 하나인─주인공에게는 세계 그 자체인─'그래픽'이 선사하는 기만을 헤치고 나아간다.


 Thomas Was Alone에서 협동을 이용한 퍼즐이라는 플레이 방식이 우정을 다루는 스토리와 혼연일체가 되었듯, 게임의 플레이 방식 자체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 이 게임 또한 그렇다. '겉껍데기에 현혹되지 말라. 본질을 보아야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다.' 다분히 철학적인 게임.


 공간감각이 좋은 사람은 조금 더 쉽게 플레이할 수 있을 듯 싶다. 나는 한참 헤맸다...


 게임의 구성요소에 대해,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결과에 대해 고찰해 본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게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2D 그래픽에서 '높이'의 개념은 100% 착시다. 하지만 직접 게임의 그래픽을 다루어 보지 않은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착시라는 사실을 깨닫기가 쉽지 않다. 내가 Bastion의 Point Lemaign 맵에서 감동을 받았던 이유가 이것이다. 2D의 착시를 극적으로 이용했다는 점. 그리고 이 게임 Naya's Quest에서는 이 착시를 정면으로 깨부수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주인공처럼 진짜 공간과 진짜 길을 찾는 고민의 여정을 걷게 한다.

 이 게임을 보고 생각난 최근에 플레이한 게임은 Perspective와 FEZ. 둘 다 제한되고 고정된 그래픽을 게임의 매커니즘으로 끌어들인 게임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 두 게임은 그래픽이 적이 아닌 플레이어를 돕는 열쇠라는 것.

 


 여담으로 텍스트를 화면에 표시하는 방식조차 이소메트릭의 각도를 따르는 디테일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 세계의 모든 구성요소가 120˚의 지배 하에 놓인 듯한 통일성.



 제작자인 Terry Cavanagh는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 같지만 VVVVVV와 Super Hexagon의 제작자이다. 플래시게임으로는 Don't look back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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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4. 01:25


POST : 리뷰/감상

Waking Mars


제작 : Tiger Style, 발매 : 2012년

구매 : Steam, Apple Appstore, Google Play 등




무섭게 생겼지만 해치지 않아요.







 공식에서 말하는 장르는 액션 어드벤처 플랫포머. 새로 장르명을 붙여 보자면 가드닝 플랫포머라고 부르고 싶다. 9시간 가량 플레이로 진엔딩.


 배경은 화성에서 생명체가 발견된 2097년. 플레이어는 화성의 동굴을 탐사하는 우주생물학자 리앙이 되어, 기술자 아마니와 인공지능 ART의 백업을 받으며 화성의 기묘한 생명체들과 접촉한다. 가지각색의 잠든 생명체를 깨워 습성을 기록해 나가고 여러 가지 시도로 생물들의 삶의 방식을 확인하며, 사라진 또 다른 탐사 인공지능인 0CT0가 남긴 자취를 해석하고, 나중에는 이 놀라운 세계의 미래를 좌우할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서로 나뉘어 있는 각 챔버의 생명체들을 충분히 번성시켜 바이오매스 수치를 일정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초반에는 방 하나를 살릴 재료를 그 방에서 전부 조달할 수 있지만, 중후반부가 되면 방 하나를 관리하기 위해 여러 방을 돌아 필요한 씨앗을 조달해 와야 한다. 물론 전체 지도에서 빠른 이동으로 방을 오갈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중간중간 너무 넓어서 고된 공간이 있기도 하고, 진엔딩을 보기 위해 모든 방의 바이오매스 5단계를 찍으려면 반복작업에 가까운 일도 필요하지만, 모든 도전과제를 여는 데 드는 노력으로 납득 가능한 수준. 다행히도 후반부에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인지 최소한의 동선으로 게임 내의 모든 자원을 풍부하게 제공해 주는 맵이 열린다. (물론 이 방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손수 관리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 이 게임은 가드닝 플랫포머다. 정원을 키우듯이 동굴 내의 공간들의 환경을 확인하고, 최대한 풍부한─가능한 한 남의 손이 닿지 않아도 유지될 수 있을 만한─생태계를 꾸려나가면 된다. 씨앗을 채집하고, 해로운 생명체는 걷어내고, 필요하다면 토양의 질을 바꾸기도 한다. 게임 내에서 주인공 리앙을 해칠 의도를 가진 생물은 없다. 그저 그들의 당연한 생활의 방식에 리앙이 우연히 말려드는 바람에 약간의 손상을 입을 뿐, 그 손상도 다른 생물을 통해 금방 회복할 수 있다. 체력 게이지에 딱히 의미가 없는 셈이다.

 처음에는 이질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에 몸서리를 치지만 점점 생물들의 겉모습보다는 그 생태와 역할을 생각하며 침착해지게 된다. 객관적인 학자의 자세가 되는 경험. 나중가면 잘 조성된 방에서 구물텅거리는 온갖 기괴한 생물들을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스토리와 세계관은 상상력에 적당히 실제 과학을 배합하여 이해하기 좋게 만들어 두었다. 스무스하게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 중간중간 아마니와 나눌 수 있는 잡담에서는 제법 그럴듯한 지식도 나온다.

 네 등장인물의 설정은 흠이 없다. 옥토의 비중이 낮은 것은 아쉽지만 짧은 등장만으로도 충분히 캐릭터성을 어필한다.


 조작 면에서는 지속적으로 제트팩을 사용해 공중을 부유하다 보니 일반적인 '플랫포머'의 점프액션은 없다. 점프뿐만 아니라 난이도가 높은 조작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액션보다는 생명체를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는 퍼즐 게임에 가깝다.

 중간에 모종의 이유로 등장하는 미니게임이 독특하다. 이 비슷한 조작법의 플래시게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제목이 기억 안 나...


 사운드트랙은 스팀에 무료 DLC로 풀려 있으니 게임을 살 때 같이 받을 것. Steam 이외의 플랫폼에서 게임을 구매했다면 http://tigerstyle.bandcamp.com/ 여기서 단돈 1달러에 사운드트랙을 구매할 수 있다. 미래적인 엠비언트 일렉트로니카 음악.


 가장 사족 같다고 느낀 점은 역시 체력 게이지. 천장에서 떨어져 데미지를 주는 산성 용액, 마그마 같은 요소는 이 게임의 재미에 과연 얼마나 영향을 줄까? 체력이 떨어져 게임 오버가 되어 봤자 불이익은 없다시피고 어차피 그 방에 들어온 시점으로 다시 로드가 되는데 말이다. 데미지를 입을 때 보유한 씨앗을 일부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식의 불이익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게임 내의 요소들을 접하면서 '잘 만든 게임이네' 가 아니라 '낯선 세계다, 신기하다'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이 감상만으로 이 게임을 플레이할 가치는 있다. 그래픽의 기괴함에 익숙해질 수만 있다면 잔잔한 탐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뜻밖의 만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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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8.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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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The Moon


제작 : Freebird Games, 발매 : 2011

구매 : Steam http://store.steampowered.com/app/206440/



덧없는 해피엔딩.




 RPG 메이커로 만들어진, 스토리의 전달에 중점을 둔 게임. 어드벤처 게임과 인터랙티브 노벨의 경계선? 2시간 반 정도의 플레이로 클리어.


 주인공인 에바와 닐은 죽어가는 사람의 기억을 바꾸는 장치로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지그문트 사'의 사원이다. 둘은 달에 가고 싶어하는 노인 조니의 기억에 들어가 그의 소원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기억을 되짚어 내려간다. 그리고 둘은 조니의 인생을 함께한 여인 리버와 그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지켜본다.

 이 게임은 스토리 관련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어쩔 수 없이 스포일러가 되다 보니...

 좋은 소재로 뽑아낸 좋은 이야기다. 치밀하게 배치된 복선도 인상깊다. 허황되지 않은 SF적 상상력 위에서 현실에 있을 법한 갈등과 인연들이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여주인공에 대한 설정이 굉장히 신선했다. 모호한 감상이긴 하지만, '현실에 사는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라는 인상. 이 게임은 어느 면에서는 예전에 리뷰했던 <Auti-sim>과 비슷한, 게임이라는 매개로 현실의 인간사를 이야기하는 게임이다. 이런 점에서 시리어스 게임의 일종이라고 칭할 수도 있겠다. 


 사운드트랙 각각의 곡이 스토리의 특정 부분과 긴밀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사운드트랙 앨범을 들으면 게임의 내용 전체가 차례차례 기억나게 된다는 면에서 게임의 BGM으로서는 아주 적절. 특히 로라 시기하라가 작곡하고 부른 Everything's Alright가 좋다. http://freebirdgames.bandcamp.com/album/to-the-moon-ost 여기에서 구입할 수 있고, 사운드트랙 수익금 일부는 자폐증 사업에 기부된다고 한다.

 RPG메이커 툴을 몇 년 다루어 봤다 보니 그래픽에는 아쉬운 면이 조금 있다. 쯔꾸르 특유의 각진 맵은 여러 후처리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데...


 이 게임이 '게임'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난 충분히 몰입했고, 이 게임이 가진 자유도의 부재나 너무 쉬운 퍼즐 같은 요소를 인정하면서도 스토리 자체에 매료되었다. 미니게임을 덧붙인 소설이나 영화에 가까운 이 게임은 그 덕분에 어떤 게임 취향을 가진 누구에게건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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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3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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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Have to Win the Game

제작 : Pirate Hearts 배포 : 2012년

다운로드 : http://www.piratehearts.com/blog/games/you-have-to-win-the-game/ (프리웨어)


적막한 세상이 문득 말을 걸어 온다. 아련하게 혹은 섬뜩하게.




 이상하게도 스크린샷이 안 찍혀서 미리보기 스크린샷으로 대체... 모두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변태같은 맵이 있는데!

 어쨌든 2시간 정도 플레이, 달성률 95%. 노멀엔딩은 봤고 진엔딩 도전하다가 손아프고 열받아서 껐음(...)

 꽤나 어려운 플랫포머. 하지만 추천/비추천을 고르자면 추천.


 스팀 그린라이트 출품작. 저번에는 Bridge Constructor가 그린릿을 위해 풀버전 게임을 무료로 풀어버린 작은 사건이 있었는데, 이 게임은 아예 처음부터 무료고 카테고리도 Free to Play다. 즉 목적은 그린릿보다는 (100$ 기부와 더불어?) 배포 및 홍보 자체라는 소리. 하지만 5달러~10달러 정도로 팔아도 충분히 괜찮을 듯한 퀄리티다. 도전과제 걸어서.


 자체제작한 NERD 엔진이라는 것을 사용해 만든 게임. 5살부터 도스를 만지며 프로그래밍을 배웠다는 제작자의 애정이 아주 대놓고 묻어나서, 그래픽은 단순한 고전풍 도트뿐만 아니라 심지어 CRT 모니터의 볼록함, 미묘한 번짐, 순간적으로 화면이 바뀔 때의 희미한 잔상까지 살렸다. 물론 이 '고증' 은 옵션에서 얼마든지 끌 수 있게 되어 있다. 심지어 스펙까지 고증을 따르는 건지 이 제작자의 다른 게임들은 사양이 무섭도록 낮다. 제작자의 다른 작품 중 하나(클릭) 는 요구사양이 램 64메가...?!

 이 비슷한 집착적인(...)고전 그래픽을 추구한 게임이 그린라이트에 또 있다. RGB라고... 이쪽은 유니티 엔진으로 제작.


 VVVVVV는 데모판밖에 해 보지 않았지만 YHWG (편의상 줄이자) 에서는 여러모로 VVVVVV의 향기가 난다. 그래픽은 말할 것도 없고, 각 방마다 이름이 붙어 있는 것도 그렇고, 특히 대놓고 위협적으로 배열된 가시의 숲 사이를 아슬아슬한 점프로 헤쳐나가는 느낌이 딱 그 짝. Knytt Stories를 연상케 하는 벽점프와 2단 점프로도 꽤 기교를 부려야 한다. 즉 컨트롤 난이도는 매우 높은 편.

 물론 어려운 구간은 코앞에 세이브 포인트가 있지만, 트랩을 깨기 전엔 빠져나갈 수조차 없는 몇몇 무한루프 방 같은 경우는 방향키를 누르는 손가락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You shouldn't go left 방에선 정말 절대 왼쪽으로 가지 말기를. 절대ㅠㅠㅠ)...

 하지만 조작감이 굉장히 잘 다듬어져 있어서 억울하게 죽는다는 기분은 들지 않고, 어차피 템포가 빠르다 보니 몇 번 죽어도 시간을 그리 낭비하지는 않는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솔직히 제작자가 변태 같다고 생각했던) 방 >


 플레이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불친절하다. 파워업 요소를 모아서 다시 가야 하는 구간이 많은데, 길치다 보니 기억하느라 한참 걸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던 것 같아 보였던 길에서 파워업 후 새로운 진로를 찾아내는 재미는 확실히 쏠쏠하다. 특히 벽점프를 얻은 뒤 평범한 절벽으로 보였던 곳을 타고 올라가는 재미가! 그걸 다 노리고 예쁘게 닫힌 구조로 맵을 만들어 놓은 제작자의 섬세함이!

 엔딩 부근 맵에 진입하면 이 앞이 엔딩이겠다는 감이 딱 온다. 수집요소(돈자루)를 다 모으지 못했더라도 되돌아가지 말고 우선 한 번 엔딩을 보자. 게임은 리셋되지만 지금까지 모았던 파워업만 사라지고 수집요소는 그대로 보존된다.


 적절한 사운드트랙이 있었다면 호러든, 아련함이든, 분위기의 방향이 좀 명확해졌을 텐데 BGM이 없어서 좀 휑한 느낌이 드는 건 아쉽다. 하긴 이 게임에 어떤 음악이 어울릴지 감이 안 잡히긴 해.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마치 세상이 말을 걸어 오듯 벽에 휘갈겨 써진 분홍색 글씨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워낙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약하다 보니 볼 때마다 흠칫흠칫 놀랐다... 진엔딩을 아직 보지 못해서 글씨들의 의미도, 게임의 제목의 의미도 아직 모호. 스토리에 대한 평은 100%를 찍고 덧붙여야지.


 어쨌든 한 번 켜면 삼십 분에서 한 시간은 훅 갈 만큼 재미있다. 도전욕이 있는 플랫포머 애호가에게 추천. 점프액션이 싫다면 좀 생각해 볼 것. 뭐 무료니까 한 번 받아 보고 CRT 모니터의 향수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손해는 아니다.


+ 헤매는 사람을 위해 제작자가 월드맵을 올려 주었다. 진작 찾아볼걸! 물론 스포일링 어느 정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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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19.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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