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 Edmund McMillen & Florian Himsl, 발매 : 2011
구매 : Steam http://store.steampowered.com/app/113200/
내 100시간 내놔....
플래시 게임이 혼을 이렇게 빼놓는 일은 간만에 겪는다. 할 말이 정말 많다...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게임에 지쳐서 온라인게임을 놓고 인디게임을 하고 있는데 인디게임으로 100시간을 찍다니!
어머니에게 쫓겨 악몽 같은 지하실로 떨어진 아이작은 역겨운 적들을 눈물로 물리치며(문자 그대로) 어머니, 나아가 자기 자신을 죽이는 긴 여정을 헤쳐나간다. 첫 클리어는 어렵지만 일단 새로운 캐릭터와 아이템이 해금되기 시작하면 더욱더 뒤틀린 모습의 아이작으로 지하를 헤쳐내려갈 수 있게 된다. 플레이를 거듭해갈수록 많아지는 아이템들과 함께 다변화되는 플레이는 엔딩을 보고 나서도 계속 게임을 잡고 싶게 만든다. 원래 도전과제 헌터와는 거리가 먼데, 하나하나 열려 가는 도전과제와 함께 좀 더 다이내믹해지는 플레이가 주는 쾌감이란...
시각요소. 말하기도 입 아픈 맥밀렌 특유의 그로테스크함과 유머러스함. 전체적으로 피와 살이 튀기 때문에 플래시 특유의 물컹물컹한 벡터 선이 잘 어울린다. 다만 플래시다 보니 오브젝트가 조금이라도 많아지면 급속도로 버벅거리기 시작하는 게 문제. (나는 다행히 최근에 컴퓨터를 바꾸어서 죽어라 플레이했지만, 넷북 때는 Basement도 넘기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심지어 탑다운 슈팅게임이다. 뭐가 막 쏟아지는데 컨트롤이 안 먹혀! 웬만하면 내다 팔 게임은 플래시로 만들면 안 되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재미가 있어서 망정이지...
스토리. 도발적이고 시니컬한 인트로에 비해 전체적인 스토리는 모호하다. 심지어 이 모든 이야기가 어디까지 현실인지조차 불확실하다. 하지만 로그라이크의 매력 중 하나는 플레이어의 이야기가 곧 게임의 이야기라는 것. 악몽 같은 적들을 물리쳐나갈수록 기괴하게 뒤틀려 가는 아이작의 모습 자체가 곧 스토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열 수 있는 모든 엔딩을 봤는데, 설명되지 않은 부분 투성이지만 김빠지는 느낌은 없었다.
사운드트랙. 게임 자체보다 사운드트랙이 비쌀 만큼 잘 만든 물건. 말랑말랑한 그래픽으로 자칫 흐려질 수도 있을 처절한 분위기를 잘 잡아 주었다.
소소하게 마음에 든 부분은 5회차 엔딩 보상인 난이도 상승. 이 어려운 게임에 막 익숙해지려는 시점에 새로운 도전을 던져 주는 완급이 간단하지만 예리하다.
내용 면에서, 해금되는 모든 캐릭터가 진짜 다른 인물이 아닌 아이작의 변장이라는 점이 퍽 재미있는 생각거리.
아이템 중 몇 가지를 동시에 얻었을 때 - 주로 소위 말하는 '성스러운' 물건들 - 무적 상태가 되는 것, 그리고 그 점을 제작자가 아예 노렸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처음에는 끔찍하게 변해 가는 아이작의 외모와 능력을 보면서 기분나빠했지만 갈수록 다양한 아이템 조합에 따른 전략을 즐기게 되었다. 이 게임의 '스토리' 에는 플레이어 자신의 이런 변화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결론은
사세요. 5달러밖에 안 하는데 그 값의 몇 배를 하는 게임입니다. 높은 난이도를 싫어하신다면... 그래도 사세요. 어쨌든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향후 며칠을 저당잡히게 될 겁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게임 리뷰가 멈춘 게 6월 초인데 제가 딱 그 때 아이작을 한창 하고 있었습니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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