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 Tiger Style, 발매 : 2012년
구매 : Steam, Apple Appstore, Google Play 등
무섭게 생겼지만 해치지 않아요.
공식에서 말하는 장르는 액션 어드벤처 플랫포머. 새로 장르명을 붙여 보자면 가드닝 플랫포머라고 부르고 싶다. 9시간 가량 플레이로 진엔딩.
배경은 화성에서 생명체가 발견된 2097년. 플레이어는 화성의 동굴을 탐사하는 우주생물학자 리앙이 되어, 기술자 아마니와 인공지능 ART의 백업을 받으며 화성의 기묘한 생명체들과 접촉한다. 가지각색의 잠든 생명체를 깨워 습성을 기록해 나가고 여러 가지 시도로 생물들의 삶의 방식을 확인하며, 사라진 또 다른 탐사 인공지능인 0CT0가 남긴 자취를 해석하고, 나중에는 이 놀라운 세계의 미래를 좌우할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서로 나뉘어 있는 각 챔버의 생명체들을 충분히 번성시켜 바이오매스 수치를 일정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초반에는 방 하나를 살릴 재료를 그 방에서 전부 조달할 수 있지만, 중후반부가 되면 방 하나를 관리하기 위해 여러 방을 돌아 필요한 씨앗을 조달해 와야 한다. 물론 전체 지도에서 빠른 이동으로 방을 오갈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중간중간 너무 넓어서 고된 공간이 있기도 하고, 진엔딩을 보기 위해 모든 방의 바이오매스 5단계를 찍으려면 반복작업에 가까운 일도 필요하지만, 모든 도전과제를 여는 데 드는 노력으로 납득 가능한 수준. 다행히도 후반부에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인지 최소한의 동선으로 게임 내의 모든 자원을 풍부하게 제공해 주는 맵이 열린다. (물론 이 방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손수 관리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 이 게임은 가드닝 플랫포머다. 정원을 키우듯이 동굴 내의 공간들의 환경을 확인하고, 최대한 풍부한─가능한 한 남의 손이 닿지 않아도 유지될 수 있을 만한─생태계를 꾸려나가면 된다. 씨앗을 채집하고, 해로운 생명체는 걷어내고, 필요하다면 토양의 질을 바꾸기도 한다. 게임 내에서 주인공 리앙을 해칠 의도를 가진 생물은 없다. 그저 그들의 당연한 생활의 방식에 리앙이 우연히 말려드는 바람에 약간의 손상을 입을 뿐, 그 손상도 다른 생물을 통해 금방 회복할 수 있다. 체력 게이지에 딱히 의미가 없는 셈이다.
처음에는 이질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에 몸서리를 치지만 점점 생물들의 겉모습보다는 그 생태와 역할을 생각하며 침착해지게 된다. 객관적인 학자의 자세가 되는 경험. 나중가면 잘 조성된 방에서 구물텅거리는 온갖 기괴한 생물들을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스토리와 세계관은 상상력에 적당히 실제 과학을 배합하여 이해하기 좋게 만들어 두었다. 스무스하게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 중간중간 아마니와 나눌 수 있는 잡담에서는 제법 그럴듯한 지식도 나온다.
네 등장인물의 설정은 흠이 없다. 옥토의 비중이 낮은 것은 아쉽지만 짧은 등장만으로도 충분히 캐릭터성을 어필한다.
조작 면에서는 지속적으로 제트팩을 사용해 공중을 부유하다 보니 일반적인 '플랫포머'의 점프액션은 없다. 점프뿐만 아니라 난이도가 높은 조작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액션보다는 생명체를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는 퍼즐 게임에 가깝다.
중간에 모종의 이유로 등장하는 미니게임이 독특하다. 이 비슷한 조작법의 플래시게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제목이 기억 안 나...
사운드트랙은 스팀에 무료 DLC로 풀려 있으니 게임을 살 때 같이 받을 것. Steam 이외의 플랫폼에서 게임을 구매했다면 http://tigerstyle.bandcamp.com/ 여기서 단돈 1달러에 사운드트랙을 구매할 수 있다. 미래적인 엠비언트 일렉트로니카 음악.
가장 사족 같다고 느낀 점은 역시 체력 게이지. 천장에서 떨어져 데미지를 주는 산성 용액, 마그마 같은 요소는 이 게임의 재미에 과연 얼마나 영향을 줄까? 체력이 떨어져 게임 오버가 되어 봤자 불이익은 없다시피고 어차피 그 방에 들어온 시점으로 다시 로드가 되는데 말이다. 데미지를 입을 때 보유한 씨앗을 일부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식의 불이익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게임 내의 요소들을 접하면서 '잘 만든 게임이네' 가 아니라 '낯선 세계다, 신기하다'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이 감상만으로 이 게임을 플레이할 가치는 있다. 그래픽의 기괴함에 익숙해질 수만 있다면 잔잔한 탐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뜻밖의 만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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