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 Edmund MCMillen & Tyler Glaiel, 발표: 2009년
플레이 : Steam의 The Basement Collection으로 구매
혹은 http://www.kongregate.com/games/Edmund/avgm 등 플래시 포털
내가 이걸 왜 하고 앉았지?
포인트 앤 클릭이라는 장르에 지나치게 충실한 플래시 게임.
게임을 켜면 아무것도 없는 흰 방에 조명 스위치 하나가 덩그러니 박혀 있다. 안내대로 마우스를 클릭해 스위치를 껐다 켜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잡동사니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처음엔 2번, 다음엔 4번, 그 다음엔... 아이템 하나를 여는 데 소모되는 클릭 수는 높아져만 간다. 옷입히기 게임처럼 이리저리 끌어다 놓을 수 있다는 것이 전부인 그래픽 조각들은 의미를 알 수 없는 기나긴 수고 끝에 얻는 보상치고는 너무 빈약하지만, 수백, 수천을 돌파한 클릭 수가 아까워 이제와서 놓을 수도 없다. 끝을 보자는 심정으로 죽어라고 클릭을 계속해 얻을 수 있는 잡동사니를 전부 얻고 나면 이제는 그 잡동사니들에 하나씩 색깔이 칠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모든 물건이 색칠될 때까지 클릭 또 클릭...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르는 채 무아지경으로 클릭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허무함이 밀려오게 마련이다. 스위치를 껐다 켠다는 단순한 노동은 어떤 맥락으로 생각해 봐도 뿅뿅 나타나는 잡동사니들과는 쥐뿔 관련도 없어 보이고, 하나 둘 생겨나서 방 안을 미어터지도록 채우는 가구들을 재배치하는 데도 슬슬 싫증이 난다. 이 가닥 없는 노동의 결과물은 하다못해 내 손으로 쥘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누구에게 자랑하기도 황당하다. 슬슬 네 자리 수를 달리는 클릭 횟수를 보니 헛웃음이 나온다.
이게 대체 뭐 하자는 짓거리야?
이렇게 생각했다면 이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한 것. 줄임으로만 씌어 있는 이 게임의 진짜 제목은 Abusive Video Game Manipulation이다. MMORPG, 페이스북 게임 등 수많은 게임에서 묵인되는 '노가다(grinding)' 요소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게임이라고 제작자가 직접 설명한다.
물론 '비상식적인 노가다의 무의미함' 이라는 이 게임의 주제에도 불구하고, 근성으로 게임을 클리어한 사람은 꽤 많다. 플래시 판은 총 10225번의 클릭이 필요하다는 어떤 클리어 경험자의 증언. 난 2천 번쯤에 포기했는데... 게이머의 집념이란...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 자체에 대한 역발상으로 만들어진 게임─메타게임?─은 꽤 많다. 언제 날잡고 이런 것만 모아서 플레이하는 것도 퍽 재미있을 듯 싶다. 지금 생각나는 건 You only live once 나 DLC Quest, Achievement Unlocked 정도? 이런 기획들을 보면 게이머로서의 관록(짬밥?) 이 게임 제작자로서의 역량에 얼마나 플러스 요인이 되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제작자는 Super Meat Boy, The Binding Of Issac 등으로 유명. 발랄하면서도 음울하고 매끄러우면서도 날카로운 감각이 일품이다. 게임만 몇 개 플레이해 보고 대체 어떤 황폐한 정신세계를 가진 양반일까 궁금했는데, Indie Game : The Movie를 보니 평범한 상식인이어서 놀람 반 안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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